10여 년 전 시애틀로 이사 오면서 가장 먼저 심은 과일나무가 체리나무였습니다. "시애틀은 체리가 잘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사과, 무화과 등 여러 과일나무를 키워 봤지만, 체리나무만큼 큰 탈 없이 자라고 열매를 잘 맺어 준 나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체리나무에는 두 가지 큰 고민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지치기를 게을리한 탓에 나무가 너무 커져서 사다리를 타도 열매에 손이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체리가 익기 시작하면 새들이 몰려와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는 것입니다. 어떤 해에는 가지가 휘도록 달렸던 체리가 1주일 사이에 거의 사라진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마음먹고 나무 윗부분을 낮추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글은 그 준비 과정에서 워싱턴주립대학교(WSU)와 태평양 북서부 Extension 자료를 찾아 정리한 기록입니다. 자료를 읽다 보니 제가 계획한 "겨울 전정"에도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체리나무를 키우며 겪은 일
빙과 레이니어, 저는 레이니어가 더 좋았습니다
저는 빙(Bing)과 레이니어(Rainier) 두 품종을 함께 심었습니다. 키워 보니 저에게는 붉은 볼이 도는 레이니어가 더 많이 달리고 맛도 더 좋았습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레이니어의 꿀처럼 진한 단맛은 마트에서 사 먹는 체리와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레이니어는 1952년 WSU에서 빙과 밴(Van)을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이름도 시애틀에서 보이는 레이니어산에서 따왔습니다. 빙은 스스로 열매를 맺지 못해 다른 품종의 꽃가루가 필요한데, 레이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시간주립대학교에 정리된 WSU 품종 자료에 따르면 레이니어는 빙보다 하루 이틀 먼저 꽃이 피지만 개화 기간이 잘 겹치고, 서로 꽃가루받이가 되는 조합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두 품종을 나란히 심은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해마다 달리는 양이 달랐습니다
어느 해에는 가지가 부러질 듯 많이 달리고, 이듬해에는 눈에 띄게 적게 달리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해걸이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해에 열매를 너무 많이 맺으면 나무가 저장한 양분을 많이 쓰게 되어 다음 해 꽃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시애틀은 체리꽃이 피는 봄에 비가 잦고 쌀쌀한 날이 많아서, 그해 꽃가루받이 상태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가 너무 커서 사다리로도 닿지 않습니다
체리나무는 자라는 힘이 아주 강합니다. 처음 몇 년만 가지를 정리하고 그 뒤로 손을 놓았더니, 지금은 꼭대기 열매는 새들 차지가 되었습니다. 나무가 높아지면 수확도 어렵지만 새 그물을 씌우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가지치기와 새 대비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체리나무 가지치기, 언제 해야 할까
시애틀에서는 겨울 전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공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내용입니다. WSU Hortsense 자료에 따르면 체리 세균성 궤양병(Bacterial canker)은 서늘하고 습한 날씨에서 잘 생기며 서부 워싱턴에서 흔한 병입니다. 줄기와 가지에 검은 병반이 생기고 진(gum)이 흘러나오며, 심하면 가지 위쪽이 말라죽습니다. 이 세균은 비와 바람, 그리고 전정 도구를 통해서도 옮겨집니다.
오리건주립대학교·WSU·아이다호대학교가 함께 펴낸 가정 과수원 전정 안내서(PNW 400)는 체리를 세균 감염 위험이 적은 8월에 가지치기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오리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자른 상처가 감염에 강해지기까지 여름에는 약 1주일, 겨울에는 약 3주가 걸렸다고 보고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시애틀의 겨울에는 상처가 오래 젖어 있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획을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겨울에는 자를 가지를 정하고 표시만 해 두고, 실제로 큰 가지를 자르는 작업은 수확이 끝난 7월 말~8월의 맑고 건조한 날에 하기로 했습니다. 잎이 떨어진 겨울이 나무 모양을 살피기에는 가장 좋은 때이기 때문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과일나무 가지치기 (시기, 방법, 횟수) https://summit-today.com/5
너무 커진 나무의 키를 낮추는 방법
PNW 400 안내서는 키가 지나치게 큰 나무는 꼭대기의 굵은 가지를 통째로 잘라 내라고 설명합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래쪽 곁가지가 있는 지점까지 자릅니다. 원하는 높이 근처에서 바깥쪽으로 뻗은 곁가지를 찾아, 그 곁가지 바로 위에서 위로 솟은 가지를 잘라 냅니다.
- 그루터기를 남기지 않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남은 짧은 토막은 잘 아물지 않는다고 합니다.
- 평평하게 깎지 않습니다. 모든 가지를 같은 높이로 툭툭 자르면 그 자리에서 곧게 솟는 웃자람 가지가 무성하게 나옵니다.
- 한 번에 다 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해에 잎이 달린 가지의 4분의 1 이상을 잘라 내지 말라고 권합니다. 저처럼 많이 커진 나무는 2~3년에 나눠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 상처 도포제는 바르지 않습니다. PNW 400은 도포제가 목재 부패를 줄인다는 분명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나무가 스스로 만드는 보호층을 살리려면 가지 밑동의 볼록한 부분(branch collar)을 남기고 자릅니다.
- 도구를 자주 소독합니다. 특히 진이 흐르는 가지를 자른 뒤에는 알코올로 날을 닦고 다음 가지로 넘어갑니다.
진이 흐르고 껍질이 검게 변한 가지가 보이면 일반 가지치기와 따로, 건조한 날에 병반보다 충분히 아래에서 잘라 냅니다.

새로부터 체리를 지키는 방법
새그물은 나무 크기가 결정합니다
새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물입니다. 다만 다 자란 일반 체리나무는 그물로 덮기에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제 나무의 키를 낮추려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그물을 씌울 수 있는 크기로 관리하는 것이 새 대비의 출발점입니다.
그물을 고르고 씌울 때 주의할 점
캘리포니아대학교(UC) Master Gardener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씌우는 시기: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힌 뒤에 씌웁니다. 꽃이 필 때 촘촘한 망을 덮으면 벌이 꽃에 닿지 못합니다. 저는 체리가 연두색에서 노란빛으로 색이 들기 시작하기 전까지 씌우려고 합니다.
- 그물 종류: 흔히 파는 얇은 검은색 플라스틱 그물은 새와 작은 동물이 걸리기 쉽습니다. 단단한 그물을 틀에 고정하거나,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촘촘한 망을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 틀 만들기: 그물을 가지에 바로 걸치면 새가 그물 위에 앉아 닿는 체리를 쪼아 먹습니다. 기둥을 세워 가지와 그물 사이에 틈을 두면 피해가 줄어듭니다.
- 아래쪽 묶기: 그물 아래를 줄기 둘레에 묶어 두면 새와 다람쥐가 밑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 매일 확인하기: 그물에 걸린 새가 없는지 날마다 살펴봅니다.
나무가 아직 클 때 쓸 수 있는 방법
키를 낮추는 데 2~3년이 걸린다면, 그동안은 손이 닿는 아래쪽 가지 몇 개에만 그물 자루를 씌우는 방법을 써 보려고 합니다. 반짝이는 테이프나 바람개비 같은 겁주기 도구는 처음 며칠은 효과가 있지만 새들이 금방 익숙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쓰더라도 위치를 자주 바꾸고 그물과 함께 쓰는 보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함께 알아 둘 해충: WSU 자료에 따르면 꼬마초파리의 한 종류인 점박이날개초파리(Spotted wing Drosophila)는 체리가 색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멀쩡한 열매 속에 알을 낳습니다. 촘촘한 망은 이 해충도 어느 정도 막아 주고, 떨어진 체리를 바로 치우는 것이 번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떨어진 체리를 퇴비 통에 넣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걸이를 줄이기 위해 해 볼 일
체리의 해걸이를 완전히 막는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다음 원칙은 여러 자료에서 공통으로 강조했습니다.
-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린 해에는 겨울에 꽃눈이 촘촘한 짧은 가지(단과지)를 일부 정리해 다음 해 부담을 줄입니다.
- 열매가 커지는 5~6월에 토양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줍니다.
- 질소 비료를 지나치게 주지 않습니다. 가지만 웃자라고 열매는 적어질 수 있습니다.
- 해마다 조금씩 가지치기해 햇빛이 나무 안쪽까지 들게 합니다.
시애틀 체리나무 1년 관리 계획
| 시기 | 할 일 |
|---|---|
| 12~2월 | 잎 진 나무를 보며 낮출 가지에 리본 표시, 진 흐르는 가지 확인 |
| 3~4월 | 꽃 필 때 빙과 레이니어 개화 겹침 관찰, 그물은 아직 씌우지 않음 |
| 5월 | 열매 맺힌 뒤 그물 틀 설치, 손 닿는 가지에 그물 자루 |
| 6~7월 | 색이 들기 시작하면 그물 점검, 떨어진 체리 매일 줍기, 수확 |
| 7월 말~8월 | 맑고 건조한 날 꼭대기 큰 가지 잘라 키 낮추기 |
| 9~11월 | 낙엽과 떨어진 열매 정리, 올해 수확량 기록 |
나의 방식을 돌아보며 세운 계획
10년 동안 저는 체리나무가 알아서 잘 자라 주는 데에만 기대어 왔습니다. 잘 자라는 나무일수록 오히려 주인이 크기를 잡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 이번 겨울에는 자르지 않고, 낮출 가지를 정해 리본으로 표시합니다.
- 내년 수확이 끝나면 8월의 건조한 날에 꼭대기 가지를 3분의 1 정도만 먼저 낮춥니다.
- 2~3년에 걸쳐 그물을 씌울 수 있는 높이로 나무를 관리합니다.
- 그동안은 아래쪽 가지에 그물 자루를 씌워 새 피해를 비교해 봅니다.
- 해마다 빙과 레이니어의 수확량을 따로 기록해 해걸이 양상을 확인합니다.
마무리
시애틀에서 체리는 정말 잘 되는 과일나무입니다. 하지만 잘 자라는 만큼 키가 금방 커지고, 키가 커지면 새를 막을 방법도 사라집니다. 제가 배운 핵심은 겨울에는 계획하고, 건조한 여름에 자르고, 그물을 씌울 수 있는 크기로 키우는 것입니다. 내년 여름, 그물 아래에서 레이니어를 마음껏 따는 날을 기대하며 이 기록을 남깁니다.
참고 자료
- Washington State University Hortsense — Cherry: Bacterial canker
- Pacific Northwest Extension (OSU·WSU·UI) — Training & Pruning Your Home Orchard (PNW 400)
- Plant Disease (2010) — Bacterial Canker of Sweet Cherry in Oregon: Infection of Horticultural and Natural Wounds
- Michigan State University — Rainier Sweet Cherry (WSU Cherry Cultivar Releases)
- UC Master Gardeners of Shasta County — Bird Netting
- Washington State University Hortsense — Cherry: Spotted wing Drosophila (SWD)
이 글은 가정 과일나무 관리를 위한 일반적인 정보와 개인적인 재배 기록입니다. 나무가 매우 크거나 전선 가까이 있다면 직접 올라가지 말고 공인 수목 관리사(ISA Certified Arborist)에게 맡기시고, 병해 진단은 WSU Extension의 King County Master Gardener 프로그램에 문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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